"철밥통이라 좋겠다?" 현실은 정말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딱 10년 차가 된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흔히들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편하다고 생각하시죠? 저 역시 그렇게 믿으며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안정’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여러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수많은 진실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드리려 해요.
공무원의 삶, 정말 안정적일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공무원은 안정적이잖아"예요. 그 말,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무게감,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조직 문화, 무한한 민원 응대 스트레스까지… 정신적으로는 결코 편하지 않아요.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매일 밤 10시 넘어서 퇴근하곤 했어요. ‘안정’은 있었지만 ‘여유’는 없었습니다. ‘철밥통’이라는 표현이, 웃프게 느껴졌던 시절이었죠.
사람들이 오해하는 공무원의 현실
"공무원은 칼퇴한다", "일 별로 안 한다" 같은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근데요, 그건 부서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특히 민원 부서에 배치되면… 퇴근이 6시라는 건 말뿐이고요, 일은 항상 사람을 앞질러 옵니다.
민원인이 화내는 것도 감정 소비지만, 내부 보고서나 계획서 하나에도 수십 번씩 고쳐 쓰는 게 일상이에요. 일 자체보다 힘든 건, 끝이 없다는 느낌이죠. 뭔가를 ‘완료’했다는 성취감이 거의 없거든요.
10년 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
10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건 이거예요. ‘경험’과 ‘사람’은 얻었고, ‘열정’과 ‘시간’은 잃었다. 매일같이 같은 루틴 속에 있다 보면 처음의 패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져요. 어느 순간 ‘대충 하자’는 생각이 스며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래도요, 민원인에게 진심을 다해 도움을 주고 나서 “감사합니다” 한마디 들으면… 음, 뭐랄까, 보람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어요. 그 한마디에 버티는 거죠.
예비 공무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공무원이 되려는 분들, 특히 시험 준비 중이신 분들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시험은 시작일 뿐, 진짜는 그 다음부터라는 거예요. 조직 속에서 버텨야 하고, 성과보다 절차가 더 중요할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멘탈’을 챙기는 거예요.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욕먹는 일이 다반사니까요. 마음을 너무 쓰지 않는 법을 익히는 게,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기술일지도 몰라요.
저는 ‘퇴근 후 루틴’을 만들어서 겨우겨우 멘탈을 붙잡고 살았어요. 퇴근 후에는 무조건 맛있는 거 먹고, 산책하고, 유튜브로 멍 때리는 시간 확보! 이게 없었으면 진작 번아웃 왔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공무원 생활이 마냥 좋진 않아요. 월급도 대기업보다 적고, 승진도 느리고, 뭔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요. 그런데도 10년째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하나예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
예전에 어떤 어르신이 제 손을 꼭 잡고 “이런 직원 처음이야. 고맙네” 하시던 기억이 있어요. 그 한마디에 울컥했던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누군가에게 진심이 닿았다는 기분… 그게 이 일의 진짜 보상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요. 단순한 직업 그 이상으로, 저는 이 일을 '사명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원칙적으로는 정년까지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이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직 구조 개편, 성과 평가 강화 등으로 인해 예전만큼 '무조건 평생직장'이라는 보장은 어렵습니다. 업무에 대한 책임과 역량이 꾸준히 요구됩니다.
네, 공무원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가 민원입니다. 대부분은 친절하지만, 일부 감정적인 민원인의 폭언이나 무리한 요구는 감정 소모가 큽니다. 감정을 배제한 '프로페셔널한 거리두기'가 필요해요.
부서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보통 7~10년 안에 1단계 승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사 적체가 심한 부서의 경우 더 오래 걸리기도 하며, 근무 성적과 역량평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공무원들 중 일부는 사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 등으로 이직합니다. 조직문화나 업무 적성, 성장 가능성을 이유로 다른 길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합격 직후엔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행복이 지속되기 위해선 ‘업무 만족도’와 ‘조직 내 관계’가 더 중요해요. 단순한 안정성보다도, 일에서 의미를 느끼는 게 더 오래 가는 행복의 원천이에요.
공무원이기에 겪는 일상, 그 진짜 얼굴
‘공무원’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오늘 풀어봤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안정 속에는 끝없는 민원, 반복되는 보고, 체계 속의 무기력함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람 하나로 오늘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글이, 공무원을 꿈꾸는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인 나침반이, 현직자에게는 작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겪는 이 모든 것들이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길.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묵묵히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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